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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은혜 기자 사진 윤주성 프리랜서


우리가 흔하게 묻는 것은 무엇이라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과목을, 어떤 내용을,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묻습니다.
 
논의가 약간 깊어지면 어떻게 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잘 가르치려면 어떤 방법과 기술이 동원되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좀 더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면 왜를 묻습니다.

‘우리는 어떤 목적,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르치는가?’를 묻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 않습니다.

‘가르치는 자신은 누구인가? 나의 자아는?

자아 의식은 학생, 학과, 세상에 연결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어떻게 가르침과 연결되는지,

교육 제도가 좋은 가르침이 나오는 교사의 존재를 지지하고 심화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가르치는 자아의 내면 풍경을 돌보는 것에서 가르침과 배움이 시작합니다.
 
Parker J. Palmer​

 


일 따로, 취미 따로? 일과 삶을 연결하는 교육센터 마음의씨앗


2007년 ‘교사의 교사’로 불리는 미국의 교육 지도자 파커 파머(Parker J. Palmer, 이하 파머)의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은 분들이 그를 한국으로 초대하여 만남의 자리를 갖고 싶었어요. 그런데 파머가 한국에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힘들었다고 생각해요. (웃음) 대신 하와이에서 열리는 사계절 ¹피정에 초대받았죠.

이후 2008년 여름 Center for courage & renewal (이하 CCR)과 함께 심포지엄과 피정을 열었고, 그해 가을 가평에서 1기 사계절 피정을 진행했어요. 2011년 4기 사계절 피정이 끝날 무렵 그동안 배우고 나누고 쌓은 것을 체계화할 필요를 절감했고, 파머와 CCR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교육센터 마음의씨앗’이 탄생했습니다.

¹피정이란 파머의 지혜와 경험이 담겨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특정 종교와는 무관하며 쉼과 성찰이 있는 retreat의 우리말 표현입니다.


‘마음비추기 사계절 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사계절 피정은 파머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의 ‘inner teacher(내면의 교사)’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매년 가을에 시작하여 겨울→봄→여름으로 끝나는 네 번의 2박3 일 피정을 거쳐요. 사계절의 순환에 따라 참자아의 씨앗을 발견하고 겨울의 고독과 봄의 역설 그리고 여름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다양한 시, 여러 전통이 담긴 지혜의 글, 오브제, 시각 자료, 자연물 등을 활용하여 성찰의 대화를 나눕니다.
 
‘마음비추기 사계절 피정’과 ‘교사 신뢰 서클’은 다른 프로그램인가요?
 
‘마음비추기 사계절 피정’은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 피정(Courage To Teacher Retreat, CTT)> 자매 프로그램으로 CCR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현재 미국은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계절 피정이 30개 주에서 열리고 있으며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로 퍼져 나가 자발적인 교육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 교사들이 매 계절마다 2박3일이 라는 시간을 낼 수 없었어요. 늘 아쉬운 마음만 갖고 있다가 2012년 겨울 ‘교사 신뢰 서클’을 기획했죠. 한국 실정에 맞게 교사 워크숍을 만든 것입니다. 지금은 주로 서울과 경기도에 근무하는 선생님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나’는 누구인가? 나를 찾는 여행


‘교사 신뢰 서클’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파머는 교육에 대해 재밌는 이야길 해요.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 칠지 고민하지만, 정작 가르치는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입니 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교사 신뢰 서클’은 예전에는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에요. 교사로서 나의 정체성, 교실 안에서의 두려움, 최선을 다해 가르칠 때, 교사의 정체성 심화…. 총 7회에 걸친 모임을 진행합니다. 파머의 <가르칠수 있는 용기>를 읽으면서 교육 현장의 경험을 성찰하기도 하고, 토론 이나 논쟁 대신 서로의 목소리를 깊이 듣고 마음을 나누기도 해요.

가르침과 배움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면서 내면과 외부에서 부딪히는 갈등을 창조적인 에너지로 변화시킵니다.


강의가 아닌 워크숍 형태로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지식 습득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한 고백’이 주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교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 ‘나는 학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등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고백이 모여 큰울림으로 다가와요. 고백하기 어렵다면 침묵하고 경청해도 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들려요. ‘우리 원에 저런 교사가 있어서 내가 힘들었지.’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그 교사가 저런 마음으로 했구나’라며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참가자들이 흥미로워하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많은 주제 가운데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근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유치원, 어린이집이 등장했어요. 하지만 그 이전부터 아이들은 모여서 놀았고, 아이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의 첫 배움, 첫 돌봄, 첫 가르침은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세요. 교사가 되는 경로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분명히 있어요. ‘나는 어렸을 때 그 돌봄의 순간이 무척 귀하고 행복했어. 이것이 내가 교사를 하는 에너지구나!’ 하고 교사의 정체성을 찾아 나갑니다.
 
특히 교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요?
 
대부분 직업은 사람을 만날 때 매개체가 있어요. 물건을 팔거나 법률 의료 지식을 전달할 때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 보이지 않아요.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성격인지 충분히 숨길 수 있죠. 그러나 교사라는 직업은 독특해요. 교사는 교육을 매개로 지식을 전달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길 수가 없어요. 교사의 평상시 가치관이나 사람을 대하는 인품 등 전인적 요소가 언행을 통해 전부 나타납니다. 물론 학생들에게 ‘1+1=2’라고 가르칠 수 있어요. 우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참 교육자’라고 이야기하진 않죠. 진정한 교육자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정체성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 신뢰 서클’을 진행하면서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피정 기간 내내 대화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요. 때로 10분, 20분씩 침묵이 이어지는데 그냥 그대로 둬요. 그러면 사람마다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요. 빨리 말해 버리는 사람, 대화가 끊기면 조급해지는 사람, 옆 사람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사람, 이전에 나눈 대화가 귓가에 맴도는 사람, 무슨 이야기를 할지 준비하는 사람…. 사람마다 배움의 속도, 깨우 침의 속도, 말하고 싶은 속도가 다 달라요. 이때 한 교사의 고백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교실에서 말 없는 아이를 만나면 힘들었다’며, ‘아이가 무슨 말이든 하게끔 질문했다’고 해요. 피정에 참여하면서 말 없는 아이가 자신의 안전함을 확인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게 되었고, 동시에 침묵 안에서도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다름’의 소중함을 발견한 것입니다. 
 

‘교육에 대한 관점이 바로 선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투영돼요. 자신을 믿지 않는 교사,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교사가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머리로는 알아요. 머리로만 알고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지면 나도 모르게 소리지르거나 아이를 혼내요. 교사 신뢰 서클은 머리로 아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기 위해 수련하는 과정입니다.
 
교사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이나 커리큘럼이 아니라 ‘교사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도 갈등 속에서 성장해 왔어요. 시간이 흐른 다음 그 갈등을 다시 바라보세요. 또 다른 해석이 나와요. 자신의 경험을 계속해서 재해석하다 보면 삶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깊어지고 풍부해져요. 아이의 상처가 상처로만 남지 않고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게 다양한 길을 안내해 주세요.


교실 안의 갈등을 풀어 나가는 지혜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첫째, 갈등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영유아는 끊임 없이 자신을 주장하며 자아를 확립해 나갑니다. 아이의 주장이 갈등의 시작이라고 해서 ‘안 된다’ 고 막아 버리면 아이의 자아가 사라져 버려요. 또한 아이는 갈등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요. 갈등 없이 자란 아이는 훗날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해결하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경험해야 내적인 힘이 생겨요. 둘째, 항상 아이를 중심에 두세요. 당장은 괴롭 더라도 훗날 인생의 밑거름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려 주세요. 훌륭한 사람은 ‘내 상처가 20 년 후 얼마나 큰 거름이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해요. 보상, 사과, 합의, 교사 교체 등단편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이건 아이들과 전혀 상관없는 어른들끼리의 거래예요. 때로는 우리 아이가 상처받았으니 ‘저 아이를 쫓아내라’고 요구받기도 해요. 상처 준 사람이 사라지면 남아 있는 사람의 상처가 해결되나요? 물론 왕따를 시킨다든지 심각한 상황일 때는 격리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변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상처를 온전히 회복하곤 해요. 셋째, 부모가 ‘우리 아이가 상처받았다’고 말하면 아이는 ‘상처받아야 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판단으로 상처받은 것, 자신에게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이해하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어떤 일인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부모의 판단이 문제를 키우기도 합니다.
 
부모나 동료 교사와 교육 방식이 달라 다투게될 때 대처법이 궁금해요.
 
과연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들여다보세요. 마음을 세분화하면 결국 ‘자존심’이 다친 거예요. ‘내 방식이 옳은데, 내가 맞는데….’ 반면 자존심이 없으면 상처도 안 받아요. 누군가 하라는 대로 하면 힘들 것이 없지요. 내가 옳다는 것이 부정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지 않으면 편협한 사람이 되고 말아요. 신뢰받고 싶다면 신뢰하십시오. 신뢰의 시작은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인정’입니다.
 
문제 아이에게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부모의 콤플렉스는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져요. 그렇다고 몇 십 년 동안 살아온 부모를 바꿀 수있나요? 파머는 “No fixing, No saving(고칠 수도 구원할 수도 없다)”이라고 말해요. 아이와 아이의 부모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고 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의 한계를 분명히 명시해야 해요. 부모는 버티거나 나가거나 스스로 선택할 거예요. 아이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도 있어요. “우리 아이는 집에서 안 그래요.” 맞아요. 부모가 아이를 옥죄니까 부모가 없는 곳에서 해 보고 싶은 거예요. 부모가 억누른 것을 해 본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나요? 아이는 해 보고 싶은 것을 해 보는 것뿐이에요. 하고 싶지만 안 할 수 있는 자유를 발견하는 것이 교육의 몫이죠. 우리 세대가 아이를 길들이려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 성이 존중받는 교육을 받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사 신뢰 서클’ 참가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영혼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영혼을 다루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찌 다른 이의 영혼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미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세대라는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온전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당장 코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사람들 자체가 바로 서야 해요.



교육센터 마음의 씨앗 blog.naver.com/inner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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