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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상훈 기자 사진 윤주성 프리랜서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동화책을 읽는 네 살배기 아이….
엄마가 꿈에 그리는 자녀의 모습이다. 허나 급히 먹는 밥은 체하는 법.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유송숙 관장은 서두르지 말고 아이 수준에 맞게 차근차근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어린이 도서관의 수장인 유 관장에게서 올바른 유아 독서 지도법과 어린이 도서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어린이 도서관은 복합 문화 공간


반갑습니다.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떤 점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은 역사에 걸맞게 어린이 도서 자료가 풍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도서는 거의 다 구입하고 있고, 보유 장서가 27만 권에 달합니다. 대출 권수도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121권으로 전국 공공 도서관 중에서 가장 많은 규모예요. 장서 보유 외에도 독서 관련 문화·체험 행사를 풍성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도서관 데이’, 저자 강연 프로그램, 초등학생 대상의 독서 증진 대회 등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전 계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특히 지난해에 문을 연 체험동화마을이 반응이 좋아요. 아이들이 있는 공간에 <돼지 3형제> 같은 동화 영상을 3D 화면으로 쏘아서 마치 아이들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활동이에요. 임업진흥원, 서울디자인센터 등과 MOU를 맺어서 대기실도 친환경 목재로 멋지게 꾸밀 수 있었습니다.


외부 기관과 협력이 잘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이 도서관 벽에 라바 캐릭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뉴스에 나왔는데요.
네. 라바 캐릭터 저작권을 소유한 업체와 서울시 교육청이 MOU를 맺어서 캐릭터를 무상으로 쓸 수 있게 됐어요. 교육청 산하 시설 중에서 저희 도서관이 가장 먼저 시범적으로 사용했고요. ‘아이들이 꿈을 찾아가고, 그 꿈은 도서관에 있는 책이다’라는 줄거리를 라바 캐릭터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서울디자인센터와 대학생 동아리인 ‘유니브엑스포 서울’이 재능 기부로 참여해 많은 도움을 줬죠.


요즘엔 일반 도서관에도 어린이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어린이 도서관’이라는 시설이 따로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책과 더 가까이 하기 위해서는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 활동을 동반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사서의 지도도 필요하고요. 그런 여러 가지 활동을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도서관처럼 복합 공간이 확보된 시설이 조금 더 용이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도서관 내에 ‘유아관’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어떤 시설이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요?

말 그대로 유아들을 위한 곳이에요. 1층 유아책누리실을 비롯해 전 층에 걸쳐 다양한 유아용 책을 비치해 놓았어요. 책은 취학 전 아이들 대상으로는 줄거리가 있는 그림책이 많고, 더 어린 영유아 대상으로는 의성어·의태어가 들어간 그림책이 많습니다. 유아관 시설은 아이들이 뒹굴면서 편안하게 책을 보고 놀이도 할 수 있도록 온돌방으로 되어 있어요. 거기서 유아에 특화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율동과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어르신이 강사로 참여하는 예절교육,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 등 유아 눈높이에 맞는 활동이 이뤄집니다.



어린이, 특히 유아에게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독서는 습관이에요.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어른이 돼서도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그만큼 유아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형성해 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죠. 특히 엄마가 살을 맞대면서 책을 읽
어주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친밀감을 느껴서 더욱 책을 가까이 하게 됩니다.


독서 교육, 생후 6개월이면 가능


독서 교육에 대해 궁금해 하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독서 교육은 몇 살부터,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는 게 좋은가요?

어리면 어릴수록 좋은데, 6개월 정도 되면 책을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다른 도서관들과 함께 어린아이들에게 책 꾸러미를 선물로 주는 북스타트운동을 하고 있는데, 만 6개월 영아부터가 대상이에요.

첫 독서 교육은 영유아 스스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엄마가 소리 내서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아이는 엄마의 소리를 귀로 듣고 눈으로는 글자나 그림을 보면서 인지력과 상상력을 발달시키죠. 그러면서 언어 능력도 좋아지고요. 우리나이로 13, 4세까지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독서 교육은 엄마가 1:1로 읽어주는 것이지만, 원에서 교사가 여러 명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책 내용을 표현한 영상이 있으면 같이 보여줘도 좋고요. 책 읽기가 끝나면 책 내용이 어땠는지, 주인공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면서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익한 교육 방법입니다.


책 읽기는 연령에 맞춰야 하나요? 아니면 각자 수준에 맞춰야 하나요?
각자 수준에 맞춰서 하는 게 좋아요. 아이가 이해도 못 하는데 욕심내서 어려운 책을 읽히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자칫하면 독서에 흥미를 잃을 수 있어요. 아이의 독서 시작이 늦었다면 그림책이나 동화책 같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권해서 책에 흥미를 느끼고, 책 읽기를 취미로 삼을 수 있게 지도해주세요. 꼭 나이에 맞게 읽힐 필요는 없습니다.


정서를 어루만지는 종이책


최근에 e-book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책 혹은 교육 도구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 관장으로서 어떻게 보시나요?
요즘 지하철에서 보면 전부 스마트폰만 보고 있잖아요. 아마 미래에는 종이책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전자책이 훨씬 많아지긴 할 거예요. 확실히 아이들은 빠른 화면이나 화려한 색깔, 예쁜 캐릭터가 나
오는 매체에 좀 더 흥미를 느껴요.
하지만 전 아직까지는 종이책을 권해주고 싶어요. 우선 기계를 만질 때보다 종이 질감을 느끼는 것이 정서적으로 훨씬 좋아요. 그리고 어린 유아들은 시력 문제도 있기 때문에 책이나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에 오는 부모님들도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도 그런 요구에 발맞춰서 아이들이 종이책을 많이 볼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어요.




끝으로 앞으로 도서관 운영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이용자분들이 가장 큰 힘이에요. 한때 시설이 축소될 뻔한 적이 있었는데, 이용자분들이 애써주셔서 다시 되돌릴 수 있었어요. 사실 공공 도서관은 이용자가 없으면 존재 가치가 없는 거잖아요. 아이들에게 나쁜 것만 아니면 최대한 수요를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도서관이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고 독서력을 증진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 되도록 수요자 중심의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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