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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장윤선 기자 사진 배승빈 프리랜서



자연 속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아이들
 
흐리던 하늘이 가을의 청명함으로 변하던 오전, 봉화산숲키움터 아이들은 교사들과 함께 숲으로 향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지칠 법도 하건만 힘들다고 칭얼대는 아이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안내가 없어도 자연스레 목표 지점에서 멈춘 아이들은 제각기 놀이를 시작한다. 언뜻 보면 놀 거리 하나 없어 보이는 자연 그대로의 숲이지만 아이들은 송골송골 땀까지 맺혀 가며 신나게 논다.

봉화산숲키움터의 아이들에게서는 그동안 만난 아이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커다란 카메라와 낯선 어른의 방문에 뒤로 숨거나 큰 눈을 끔뻑이며 겁내기 일쑤였던 아이들과 달리 나뭇가지를 들고 와 집을 지어 선물하고 불룩한 주머니 속 도토리를 선뜻 내어 준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게 자라 온 덕분인지 새로운 환경을 겁내거나 피하지 않고 선뜻 다가오는 모습이 신기하고 기특하다.

봉화산숲키움터는 1년 365일, 4계절 그리고 매 순간 달라지는 자연 그 자체가 바로 교육 과정이다. 아이들은 문서화된 교육 방식에 따라 정형화된 수업을 받는 대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숲으로 놀러 나간다. 그날 놀고 싶은 장소도, 하고 싶은 놀이도 아이들이 직접 정한다.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자신이 바라는 점을 씩씩하게 잘 말한다. 김정실 원장은 바로 그것이 봉화산숲키움터의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봉화산숲키움터는 아이들이 행복한 공간이에요. 마치 시골 생활 처럼 흙바닥에서 뒹굴고 자연과 호흡하며 몸에 좋은 먹거리를 먹고 신나게 노는 곳이죠. 교사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만 마련해 주면 충분해요. 아이들에게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능력이 내재돼 있거든요. 아이들이 잠재된 역량을 끄집어 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감 있게 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책임질 줄 아는 태도를 배워야 하죠. 아이들은 숲에서 친구와 다투고, 사과하고, 다시 함께 놀며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 ‘미안해’와 ‘괜찮아’를 스스럼없이 내뱉는 연습을 통해 문제를 가볍게 털어내다 보니 몸은 물론 마음마저 아주 건강해지죠.”

봉화산숲키움터의 아이들은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결정하고 놀잇감도 잘 찾아낸다. 탐색하고 관찰하며 할 일을 직접 정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함께 어떤 일에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얻는다. 덕분에 아이들은 한 살 더 먹는 새해를 좋아한다. 형이나 언니, 오빠가 되어 동생들을 더 잘 도와줄 수 있는 역량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말하는 ‘숲 교육’
 
김정실 원장은 숲 교육은 곧 ‘힐링’이라고 말한다. 성인들이 치유를 위해 숲을 찾아가고 삼림욕을 즐기듯 아이들에게도 숲은 치유의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많이 움직이고 뛰는 게 정상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 유아 교육 기관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아요. 그래서 기관에 다니면서 힘들어 하거나 불편해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죠. 숲 교육이 왜 필요하고 어떤 점에서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자면 아주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답은 아이들의 마음이 편해진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숲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고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긍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정서가 안정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답니다.”

아이들에게는 전인적 발달이 중요하다. 기관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 역시 영역을 나누어 구분했을 뿐 결국 오감을 자극해 통합 성장을 돕는 것이 목표다. 숲에서는 인위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해진 활동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탐색하고 놀며 때로는 실수하고 다시 회복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전인적 발달이 절로 이루어진다. 정해진 프로그램 대신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어 집중력과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숲에서의 성장이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숲에 가는 아이들은 오르막길에 지쳐 투정을 부리고 갑작스러운 등산으로 인해 앓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들의 든든한 지지와 격려로 시련을 극복한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지구력이 좋아지고 성취감도 느낄 줄 알게 된다.

엉덩이에 흙이 잔뜩 묻은 옷가지와 함께 돌아와 “오늘 신나게 놀았어!” 하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때때로 너무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학부모도 있다. 그러나 김정실 원장은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의 우려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숲에서 마냥 놀기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아이들은 마구마구 성장 하는 중이랍니다.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모아 글자를 만들며 언어를 배우고 도토리를 주우면서 수 개념을 익히는 식이죠. 정해진 프로그램 안에서 ‘교육받는다’고 인식하는 아이들과 달리 노는 과정에서 언어나 수 등 발달에 필요한 개념을 자연스레 익힌다는 점이 다른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아이가 옷이 더러워져서 돌아온다면 ‘오늘도 신나게 잘 놀았구나!’ 하고 칭찬해 주세요.” 

 



교사진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 ‘야간 활동과 들살이’
 
봉화산숲키움터는 요일별로 활동 주제를 나눈다. 월요일은 예배와 음악 활동, 화요일은 자연물을 이용해 노는 생태 활동, 수요일은 질경이 선생님이 찾아와 다양한 탐색 활동을 한다. 목요일은 텃밭 활동을 하고 금요일은 격주로 야간 활동과 들살이를 하거나 요리 활동을 하는데 이 중 아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건 단연 야간 활동과 들살이다. 야간 활동은 아침부터 저녁 8시까지 놀다가 돌아가는 활동으로 저녁때가 되면 학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온다. 오후 3시까지는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활동을 하고 그 이후부터 요리를 해 먹거나 게임을 하면서 마당에서 자유롭게 논다. 어떤 날은 헤드 랜턴을 끼고 야간 산행을 한 후에 마무리로 캔들파이어를 한다.

미리 준비한 판에 아이들이 촛불을 하나씩 점화해 꽂으면 커다란 모양의 하트가 완성되는데 이때 교사들이 그 의미를 설명해 준다. 한 명일 때는 불의 밝기가 약하지만, 친구들이 마음을 모으면 환하고 커다란 빛이 되어 큰 사랑을 완성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아이들은 차분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들살이’는 1박2일 캠프로 대개 자연휴양림에서 이루어진다. 겨울에는 눈썰매나 얼음썰매를 타거나 빙어잡이를 하고 여름에는 갯벌에서 놀다 오거나 캠핑장 텐트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즐길 만한 것들이 충분히 있으면서 안전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장소를 선정하고 들살이를 준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봉화산숲키움터의 교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기쁘게 기다린다.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한 부분이 바로 그 점이에요. 아무리 좋은 활동이라도 선생님들이 힘들어하고 그만 하자고 하면 사실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저 혼자 밀고 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비록 몸은 피곤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해 주시고 아이들과 함께 즐겨 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원래 세 번이었던 활동이 다섯 번으로 는 것도 선생님들이 요구한 일이에요. 아이들이 들살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본 선생님들이 활동 횟수를 더 늘리자고 제안해

이렇게 자주 진행하는 거거든요. 선생님들의 이런 정성과 노력 덕분에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는 것 같아요.” 
 
“신나게 놀며 옷은 더러워져도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은 깨끗해져요.”
 
어떻게 ‘봉화산숲키움터’를 시작하셨나요?
 
봉화산숲키움터 이전에 ‘청계산숲자람터’를 이사장님과 함께 운영했어요. 그보다 앞서 어린이집에 있을 때는 주로 프로그램 위주의 활동을 했는데 숲에서 마음껏 놀게해 보니까 아이들이 아주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언어가 늦고 고집이 센 아이들이 단지 숲에서 자유롭게 놀았다는 이유만으로 짜증이나 공격성이 줄고 자신감이 생기더 군요. 직접 눈으로 효과를 확인하고 나니까 아이들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숲이라는 환경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사실 실내에서는 한계가 있잖아요. 저희도 실내 공간에는 책상이랑 의자가 있으니까 넘어지면 다칠 수 있어서 걸어 다니도록 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아이들이 숲에서만 가능한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대로 소리 지르고 끊임없이 나무도 타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내적 욕구를 충족하고 나면 ‘∼을 해 보자’ 하는 제안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
 
많은 사례가 기억나지만 가장 인상적인 하나를 꼽자면 다른 기관에서 받아 주지 않아 봉화산숲키움터에 온 아이가 생각나요. 온종일 울고 떼쓰는 건 기본이고 다른 아이 들을 물고 꼬집고 때리니까 다른 기관에서 모두 퇴짜를 놓은 모양이에요. 저는 그런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회복하고 건강하게 커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아이를 받아 주었죠.

처음에 그 아이는 학부모와 분리하고 나면 종일 울어서 제가 산에도 업고 올라가고 다른 부모와 상담할 때도 업고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울음이 줄더니 한 1년 후에는 동생들을 도와줄 만큼 멋지게 성장했어요. 아이가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고 감정도 조절할 줄 알게 되니까 아버님과의 사이도 좋아졌다고 해요. 어머니께서 아이의 변화로 인해 행복해졌다며 아주 만족해하셨는데 그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저와 같은 생각으로 숲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실 지금도 많은 숲 유치원이 있긴 하지만 간헐적으로 숲 체험을 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들이 숲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배우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아이들이 충분히 얻어 갈 수 있도록 우리와 같은 기관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관심 있는 분들께는 언제든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실질적으로 숲 유치원을 시작할 때 장소를 봐 드린다거나 조언해 드리면서 이런 기관이 확장되는 데 기여하고 기회가 된다면 후진도 양성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또 요즘은 육아뿐만 아니라 육아와 일의 병행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 상당히 많아서 어머니들을 위한 공간도 숲에 마련하고 싶어요. 가볍게 차 한잔 마시면서 수다 떨듯이 육아나 개인 상담을 하는 거죠. 부모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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