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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교육에서 감각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가는

성교육하는 아빠 박제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몇이나 될까. 부모나 교사 대부분은 성과 관련된 아이의 질문에 당황하거나 화제를 돌리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하나의 성을 부여받고 또 다른 성과 함께 호흡하며 한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성교육은 필수적인 법. 지식 교육이 아닌 감각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가는 박제균 씨를 만나 성교육 방법과 성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을 알아봤다.


진행 장윤선 기자 사진 이재각 프리랜서 장소 제공 카페 피아트(서울 광진구 아차산로78길 7, 02-457-1013)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교육하는 아빠 박제균입니다. JDSbooks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교구 개발, 동화책 저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성교육 강의가 주된 업무입니다. 강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주 어린 아이부터 초··고등학생은 물론 성인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뜻이 맞는 곳에서는 재능 기부 형태로 무료 강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의 강연 요청으로 무료 강의를 진행했어요. 성교육을 받고 싶어도 장애로 인해 여건이 좋지 않아 답답함이 큰 분들이셨죠. 성심성의껏 강의를 준비하고 궁금증을 해소해 드렸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어떻게 성교육 강의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희 부부가 난임 부부였어요. 서른 살에 결혼했는데 10년간 아이가 없었죠. 시험관 아기도 시도해 보고 유산만 4번을 경험했어요. 마지막 유산은 7개월 때였으니 상황이 아주 심각했죠. 이혼까지 생각할 만큼 극단적인 상황에서 마음을 비우고 서로를 잘 보듬으며 살기로 하자 기적적으로 아이가 생겼어요. 그게 제 딸 지수. 지수를 낳고 나서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어요.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삶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달까요. 아주 예쁜 아이가 생겼는데도 주말까지 출근하느라 정작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었거든요. 아내와 상의한 끝에 1년 정도 쉬면서 지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 지수와 시간을 보내면서 뭔가 남겨 주고 싶다는 생각에 쓴 것이 <내 친구 피노노>라는 동화예요. 피노노는 저고 주인공 지수는 실제 제 딸이죠. 제가 모바일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먼저 제작했는데 그걸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책으로 나오게 된 거예요.

성교육 쪽에 관심이 생긴 건 지수가 세 살 정도 되었을 때부터예요. 뉴스에서 나오는 성폭력, 성추행 사건이 남 일 같지 않았거든요. 딸 키우는 아빠라면 누구나 하는 걱정이 마구 들기 시작한 거죠. 아이를 지키고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성교육 관련 책을 읽고 세미나에 참석하며 열심히 배웠어요. 그런데 성교육을 받을수록 오히려 성교육이 부담스러워지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해지더군요. 그래서 기존 성교육 시스템을 벗어나 저만의 시각으로 성교육에 접근하기 시작했어요.

성교육을 공부하다 보니 성교육 교구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아버지 몇 명이 모인 술자리에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이때 처음으로 유치원 납품용 교구를 제작했는데 반응이 아주 별로였어요. 비전공자가 만든 성교육 교구라는 데 대한 반감이 심했죠. 질 좋은 콘텐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현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교육학 교수, 성폭력 전담 변호사 및 교사들을 찾아다니며 의견을 수집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두 번째 교구를 만들었죠. 기쁜 마음으로 해당 전문가들을 찾아가 보여 주었는데 또 반응이 좋지 않더군요.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럽고 의아했지만 많은 생각 끝에 결국 전문가들도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죠.

내가 배우고 내가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제 관점에서 다시 만든 게 지금의 모델이에요. 세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물건이 팔려 나가기 시작했고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상도 받았어요. 그러던 중에 한 교육 기관에서 강연 제의가 들어왔어요. 당시 저는 강의 경험도 없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죠. 그 모습을 보고 담당 선생님이 그런 것들은 상관없으니 부모의 입장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달의 말미를 요청하고 그 시간 동안 강의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무언가를 아는 것과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니까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강의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이게 제 성교육 강의의 시작이었죠.

강의를 들은 원장 선생님이 이렇게 특이한 강의는 처음 들어 본다고 하시기에 괜찮다면 돈을 안 받아도 좋으니 강의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이곳저곳에 소개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덕분에 여기저기 강의를 다니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런 것들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성교육하는 아빠가 된 거예요. 이후 전북 교육청에서도 연락이 와서 300400명을 대상으로 본청 대강당에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전북 전역을 순회하며 강연했어요.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성교육하는 아빠라는 명칭이 더욱 굳어졌죠.

 

성교육하는 아빠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 주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터부시하고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어려워해요.성교육 하면 성폭력이나 성추행에 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쁜 쪽만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가 나빠진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성교육을 받고 나서 어떤 점을 배웠는지 아이에게 물은 적이 있어요. 남학생이었는데 이제 여자 아이들을 성적으로 어떻게 괴롭힐 수 있는지 알았다고 하더군요. 이런 부분이 제가 걱정했던 잘못된 성교육의 부정적인 측면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성교육은 예방주사입니다. 몸이 건강할 때 바이러스 침입에 대비하여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미리 준비하는 개념인 거죠. 예방주사는 몸이 건강할 때 맞아야지, 이미 몸이 아프고 힘들 때 맞으면 오히려 독이 돼요. 우리 아이들은 예방주사를 맞기 전에 이미 미디어나 다른 매체를 통해 나쁜 요소를 많이 접했어요. 이 상태로 예방주사를 맞으면 아이들은 더 아파지겠죠. 물론 아이들은 의 위험한 부분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좋고 안정된 부분을 먼저 많이 접한 이후에 부정적 측면을 배워도 충분해요.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에 대해 위험하고 나쁜 것이라는 말을 듣는 아이들이 어떻게 성과 사랑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겠어요. ‘성과 사랑의 개념을 제대로 배우고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한 이후에 과 관련된 부정적 측면을 배우는 것이 훨씬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아기 성교육은 왜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성교육은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에요. 유아기는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사랑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데,  사랑을 배우는 게 바로 유아기 성교육이거든요. 제대로 된 애착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아이가 사랑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므로 유아기 성교육은 매우 중요하죠. 이런 부분은 대체로 7세 이전까지 형성되는데 한번 정립된 후에는 바꾸기가 몹시 어렵거든요.

하지만 추상적 개념인 사랑을 유아에게 가르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언어를 통한 방법은 한계가 많고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죠. 가장 좋은 방법은 피부로, 눈으로, 감각으로 느끼게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아이 앞에서 부모가 입을 맞추고 포옹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거죠. 그럼 아이들이 어렴풋하게나마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돼요. 저도 집에서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아이들은 부모가 스킨십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서로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존감이 높아져요.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저렇게 표현하는 거구나 하고 배우기도 하고요.

유아기 성교육이 어려운 게 아니에요. 아이들 수준에서 신체의 각 명칭과 좋고 싫은 느낌을 알게 하는 정도면 충분하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들도 성교육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은 양이더라도 계속 인지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알려 주라고 조언하고, 원에서 아이들과 생활할 때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지도 방법을 소개해 줘요. 아이들과 스킨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업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성 고정관념을 막을 수 있는지, 남아와 여아가 싸울 때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등 기초 부분부터 유아 자위나 아이들끼리 성적 행동을 할 때의 지도 방법 같은 민감한 사안까지 다루죠.

특히 초등학교로 올라가면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지는 만큼 유아기에 성교육을 제대로 해서 실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해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를 만큼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친구의 엉덩이를 만졌다가 징계를 받고 퇴학당한 사례가 있었거든요. 사전에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웠더라면 이런 안타까운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올바른 성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성교육을 통해 성에 관한 올바른 생각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많은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생각을 길러 주는 것이 바로 올바른 성교육이죠.

유아나 청소년기까지는 그렇고 이후 성인이 되면 거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 있어요. 바로 올바른 쾌락에 대해 아는 것이죠. 쾌락을 터부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올바른 성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올바른 쾌락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에요.

 

성교육 보드 게임 드레스 러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드레스 러시 5세부터 할 수 있는 보드 게임으로 남녀 신체 판 4개와 15장의 의상 카드, 양면 팽이와 가위질용 종이 인형으로 구성됩니다. 신체 판을 나눠 갖고 남녀의 신체를 선택한 후 게임을 시작하죠. 팽이를 돌려 지면에 닿은 의상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모든 옷을 입힌 상태에서 2개 이상이 같은 종류면 승리하는 겁니다.상대방 의상 중 하나를 가져올 수 있는 선물 상자나 한 차례 쉬어 가는  같은 변수도 있어서 게임을 더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죠. 또 팽이를 뒤집으면 규칙이 바뀌면서 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가므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아이나 어른까지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드레스 러시는 다양한 특징이 있어요. 우선 성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똑같이 그린 남녀 신체 판을 통해 양성 평등 개념을 전달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통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한 거죠. 다음으로 드레스 러시는 관찰 도구로서의 성격도 있어요. 보통 유아는 자신의 성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신의 성에 집착하므로 이성 신체 판을 받았을 때 자연스레 수용하는지,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지를 살펴보면 아이의 의식 수준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 수 있죠. 또 아이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보이는 반응을 통해 성 고정관념이 형성되었는지 파악하고 자연스레 교정해 줄 수도 있어요. 주사위 대신 팽이를 선택한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교육학에서는 주사위가 던지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측면이 있어서 잘 사용하지 않거든요. 주사위 대신 팽이를 선택함으로써 공격성은 피하고 소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죠. 제품을 구매한 사람은 웹사이트에서 추가로 자료를 내려받아 아이와 함께 더욱 깊이 있는 성교육을 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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