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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교수(Radford University, Virginia) 정리 정세미 기자 사진 이승렬(Mar Studio)







코딩 교육이 정확히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지는 몰라도 초중고 정규 교육 과정에 편성된다고 하니, 많은 학부모가 학교를 시작하기 전, 즉 유치원부터 코딩 예비 교육 혹은 선행 학습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일부 사설 유아교육 기관에서는 그러한 학부모의 불안감을 노리고 아직 어린 유아에게 발달상 부적합하거나 무의미한 코딩 교육을 하기도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은 액수다. 코딩 교육이란 과연 무엇이며, 유아기 어린이들에게 어떤 교육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고, 유아기 발달에 적합한 코딩 교육 혹은 코딩 교육을 위한 예비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의 학부모 세대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3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 학원이 호황을 누렸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베이직, 도스 등의 교재가 든 가방을 들고 인근 컴퓨터 학원으로 가는 것이 그 당시 어린이의 일상이었다. 요즘 주목받는 코딩 교육은 우리가 어릴 때 받은 컴퓨터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코딩 교육이란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다만 30년 전에 비해 어마어마할 정도로 발달한 컴퓨터의 기능 덕분에 아이들은 코딩 프로그램을 손쉽게 배울 수 있고,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게임을 만들거나, 로봇을 움직이게 하거나, 애니메이션처럼 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할 수 있어서 그 결과가 더 대단해 보이는 차이점이 있다.


온 국민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가질 게 아닐진대, 왜 모든 아이에게 코딩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마치 온 국민이 과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왜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지 묻는 것과 같은 의미다. 요리사가 되지 않더라도 중고등학교 가정 시간에 배운 밥 짓는 법은 일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이자 경험이다. 수학자가 될 것은 아니지만 복잡한 수식을 풀려면 논리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를 해야 하므로 수학을 배우면서 논리력과 고난이도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코딩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 전반에 관한 지식을 축적할 수 있어서 어른이 된 후에 각종 컴퓨터로 운용되는 전자 기기를 사용할 때 도움이 된다. 또한 컴퓨팅 사고, 순차적 사고, 창의적 표현, 탐구심을 기르는 데도 코딩 교육은 큰 역할을 한다.






컴퓨팅 사고란?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일반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정답과 오답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므로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일반화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수다. 문제를 정의하고 그 해결 방안을 순차적, 단계별로 테스트하며 적용해 보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 컴퓨팅 사고력이 발달한다.


순차적 사고란?
무엇을 먼저 실행하고 무엇을 나중에 할지, 즉 일의 선후를 정하는 데 필요한 사고력이다. 한 가지 작업이라 할지라도 여러 가지 세분화된 단계로 나누어지고, 그 단계가 순서에 맞게 배열되어야만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옷을 갈아입으려면 먼저 입은 옷을 겉옷부터 하나씩 벗은 다음에 다시 속옷부터 차례대로 입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미리 계산해 내는 것이 순차적 사고다.


창의적 표현이란?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오답과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작업에서 창의성이 풍부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결과물은 큰 차이를 보인다. 코딩은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구현할 수 있으므로 창의성 증진에 도움이 된다.


탐구심이란?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려는 마음을 말한다. 코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컴퓨터 게임뿐만 아니라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다른 컴퓨터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의 외부 기기를 작동시킬 수도 있고 로봇을 움직일 수도 있다.




공책에 한글 자모음을 베껴 쓰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신체 동작 활동을 하는 것이 유아기 발달에 적합한 문해 교육인 것과 마찬가지다. 유아기의 코딩 교육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마우스를 조작하는 모습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깊은 연관이 있는 여러 가지 기초 활동과 경험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딩 교육을 위한 유아기 활동을 생각해 내려면 코딩의 기본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코딩이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거라고 생각하면 기본 개념을 정립하기 쉽다.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는 펜이나 붓으로 직접 그려 넣지만, 컴퓨터 모니터에 그림을 그려 넣으려면 컴퓨터에게 명령을 입력해야 한다. 그 명령은 어디선가 귀여운 고양이 그림을 찾아와서 똑같이 붙여 넣기 하라는 것일 수도 있고, 그 고양이가 내가 클릭할 때마다 ‘야옹야옹’ 소리를 내게 하라는 것일 수도 있고, 한 번 클릭하면 고양이 그림이 오른쪽으로 열 걸음 걸어가게 하고, 두 번 클릭하면 왼쪽으로 점프하게 하는 등 무궁무진한 창작이 가능하다(어린이용 코딩 프로그램인 Scratch 웹페이지에 가면 다양한 명령어를 골라서 직접 코딩해 보는 시연 기능이 있다. www.scratch.mit.edu). 자기중심적 사고와 직관적인 사고를 하는 유아기 어린이가 명령어를 입력해서 원하는 그림을 컴퓨터 모니터에 구현해 낸다는 개념을 이해하고 그 기능을 실제로 활용하기란 쉽지 않은 과업이다. 따라서 섣부르게 코딩 프로그램 사용법부터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 먼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일정한 과정과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기호와 그 의미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코딩 교육의 기초를 위한 유아기 활동 및 환경 구성의 몇 가지 예시를 든다.




코딩 교육의 기초 활동


 1. 일과표 전시하기
아침에 등원해서 오후에 하원하는 시간까지의 하루 일과를 순서대로 교실 벽에 전시하되, 구체적인 정보와 시간도 함께 제시하고 정리정돈이나 손 씻기 등의 짧은 일과 순서도 빠뜨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오전 9:30∼9:50 이야기 나누기, 오전 9:50∼10:00 화장실 다녀오기, 오전 10:00∼10:45 바깥 놀이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시간과 활동을 순서에 따라 배열해서 전시하고, 한 가지 활동이 시작하고 마칠 때마다 “이제 9시 50분이 되었으니 화장실 다녀오고 그다음에는 바깥 놀이 나가야겠어요.” 하고 일과표를 보면서 말해 준다. 매일 활동마다 시작과 끝을 확인하고 시간을 확인하는 동안 유아는 하루 일과의 순서를 시간 개념과 함께 익힐 수 있고, 글자로 적혀 있는 일과 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면서 알고리즘의 원리를 체험한다.


2. 작업 순서도 활용하기
색종이 접기나 미술 작품 만들기 활동을 제시할 때 작업 순서도를 함께 내주어서 유아가 단계별로 따라 하게 한다. 화장실 벽에 손 씻는 순서를 붙여 둔다거나 그룹 게임의 놀이 방법을 단계별로 써서 제시하는 등 유아가 시각적으로 전반적인 작업의 순서를 이해하고 순차적으로 따라 하게 한다.
이런 환경에서 놀이하는 동안 유아는 모든 일은 시작에서 종료의 단계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코딩 교육은 논리적이고 순차적인 사고가 필수적인데 작업 순서도는 이러한 사고력을 증진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매뉴얼을 보면서 작은 부품을 끼워 맞추어 레고 조립 같은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활동 역시 코딩 기초 교육에 이로운 활동이다.


3. 레서피에 따라 요리하기
요리 활동은 순서와 정해진 지시 사항을 제대로 지켜야만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코딩 교육을 위한 예비 활동으로 매우 적합하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는 물론이고 상세한 순서가 안내되어 있는 레서피를 곁에 두고 한 단계 한 단계씩 따라 만들게 한다. 식빵 한 장을 놓고 그 위에 햄과 채소를 얹고, 그 위에 또 다른 식빵 한 장을 놓아야만 샌드위치가 완성되지, 그 순서가 엇갈리면 제대로 된 샌드위치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체험하는 동안 유아는 코딩에서 어떤 명령어를 먼저 주고 어떤 명령어는 나중에 줄 것인지를 생각하기 위한 예비 훈련을 할 수 있다.


4. 만화 그리기
심미적으로 훌륭한 그림을 그려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네 컷짜리 신문 만화처럼 가장 먼저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다음은 어떤 일이 생기고,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짧은 만화를 그려서 발표하게 한다. 아직 그리기 기술이 부족한 유아라면 기존의 네 컷 만화를 순서대로 배열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해 보는 활동부터 시작하여 차차 직접 그림을 그려서 이야기를 만들도록 지도한다. 만화 그리기는 순차적 사고력만 돕는 것이 아니라 코딩에 필요한 창의력과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신장할 수 있어서 코딩 교육의 바탕이 된다.


5. 주사위 보드 게임 만들기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유아의 창의력을 더해서 다양한 보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게임의 시작과 종료 지점을 정해 놓고,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숫자만큼 말을 움직이되 중간에 훌쩍 뛰어넘어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나 몇 칸 뒤로 물러나야만 하는 장애물을 설정해 놓는다. 유아는 직접 게임을 만드는 동안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다 만든 주사위 보드 게임을 친구와 함께 놀이하면서 주사위가 전달하는 명령, 예를 들어 숫자만큼 말 움직이기 등을 실행하고, 또 게임 보드가 전달하는 명령, 예를 들어 지름길로 빨리 가거나 장애물 피해 뒤돌아가기를 실행하면서 코딩의 기본 기능과 원리를 익힐 수 있다.

6. 보물 지도 그리기
바깥 놀이 영역의 어느 한 곳에 반짝이는 구슬 혹은 장난감 목걸이 등의 보물을 숨겨 놓고 그 장소를 지도로 그리게 한다. 친구가 그려 준 보물 지도를 들고 숨겨진 보물을 찾아오는 놀이를 한다.특정한 장소를 지도에 표시하려면 3차원의 실제 세계를 2차원의 도면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는 코딩으로 원하는 바를 컴퓨터 화면에 구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지도를 들고 장소를 찾아가는 것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서 목적을 달성하는 코딩의 과정과 많이 닮아서, 유아기 아동이 장차 커서 본격적인 코딩 교육을 받을 때 친숙함을 느끼고 효율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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