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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상훈 기자 사진 윤주성 프리랜서






┕ 무상보육, 일 가정 양립에 효과 없는 이유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위해 많은 재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아직도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전면 무상보육이 이뤄졌어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아동에 대해서도 양육수당이 지급됐고요. 그런데 무상보육 도입의 근본 취지는 여성의 경제 활동 지원이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해결이었어요. 어린이집만 봐도 아동의 절반은 전업주부의 자녀잖아요. 전업주부와 취업 여성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어요. 취업 여성에게 결코 큰 도움이 되는 제도가 아니란 말이죠. 그와 더불어서 여성이 자녀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기에 상당히 어려운 근로 상황과 직장 문화,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직장을 포기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근로 시간이 가장 긴 국가잖아요. 2013년 집계를 보면 연간 근로 시간이 OECD 평균이 1,770 시간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멕시코에 이어 가장 긴 2,163 시간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또 저녁 회식 문화도 문제입니다. 회식에서 소외되면 인사나 정보 획득 면에서 불이익을 받다보니까 아기가 있는 엄마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거죠.



육아 휴직 제도는 큰 도움이 안 되나요?


남편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데요. 일단 우리나라 기업은 육아 휴직을 쓰기 어려운 구조예요. 애초에 사람을 뽑을 때 일부 인원이 육아 휴직으로 빠지는 걸 전제로 하고 고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100명이 해야 될 일을 90명쯤 뽑아서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러다 보니 한두 명이 빠져 일이 늘어나면 휴직을 하는 사람에 대한 원망이 쏟아져서 쉽게 휴직을 신청할 수 없죠. 그렇다고 대체 인력도 함부로 뽑을 수가 없고요. 원래 근무하던 사람이 들어오면 또 해고를 해야 하니까요.
육아 휴직으로 받는 금액이 적은 것도 문제예요. 우리나라는 육아 휴직을 하면 소득의 40%밖에 보장이 안 되잖아요. 그마저도 최대가 100만 원이고요. 소득 보장이 되지 않으니 임금이 적은 여성이 주로 퇴직을 하는 것입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왜 중요한가요?


여성에 대한 교육 투자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늘면서 경제 활동 참여 욕구가 높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경제 활동 참여율은 20년 가까이 50% 수준을 맴도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머지않아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따라서 앞으로의 노동력 부족 문제는 여성의 사회 참여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느 한쪽만 바꿔서는 소용없어요. 보육정책과 직장의 근로 환경,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모두 개선돼야 합니다. 우선 정책적으로 일하는 엄마, 맞벌이 가정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고, 좋은 어린이집이 늘어나서 엄마들이 보육 환경을 걱정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없애야겠죠. 또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모든 직원에게 정시 퇴근이 가능하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정시퇴근이 보편화된다면 취업 여성의 자녀 양육은 훨씬 수월해 질 거예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자녀양육을 부모 모두의 책임으로 보고 아빠의 육아 참여를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어요. 아기를 갖고 모유 수유를 하는 데 까지는 생물학적으로 엄마의 역할이 맞아요.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같이 키우는 거죠.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 아빠의 역할을 다 보여 줄 필요가 있어요. 이제 과거의 성역할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 비혼 자녀 차별 않는 산 정책 필요


유아교사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이를 여성의 특질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고정관념으로 봐야 할까요?


사회학적으로 볼 때 사회적 보상이 낮은 지위에 여성들이 집중하게 돼요. 과거에는 교사가 남성 중심이었으나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면서 여성 집중 직종으로 전환됐어요. 여성의 모성과 연관 짓는 관점도 있으나 그보다는 사회적 지위와 더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원장은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나요?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개념 정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거예요. 급여, 장시간 노동과 같은 문제를 제쳐 두고 본다면 유아교사는 ‘가치’ 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일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동의 첫 번째 선생님, 첫 번째 사회관계를 맺는 존재라는 점에서 사회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교사들 중에 상당수가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의 원인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보육교사는 누구나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약하고, 대체 가능성도 높고, 그러다 보니 처우가 안 좋을 수밖에 없죠. 따라서 보육교사 양성 과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해요. 지속적인 보수 교육 등을 통한 자질 관리와 전문성 확보도 필요하고요. 물론 제도적으로도 손봐야 할 부분이 많이 있어요. 한 사람이 돌보는 아동 수가 너무 많으니 교사도 힘들고 보육의 질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직접 현장에 나가서 보조교사 활동을 해보니 ‘대체 보조교사가 없는 곳은 어떻게 일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웨덴에 가 봤는데 교실에 반드시 보조교사가 있었어요. 한 반 정원이 20명인데, 보조교사가 있으니 1:10인 셈이죠. 현재 우리나라 누리과정은 3, 4반당 보조교사 1명을 두고 있잖아요. 매우 부족한 수준이지만 인건비 때문에 교사를 더 고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죠. 보육정책은 처음부터 판을 잘못 짠 경향이 있어요. 무상 보육에 대해 재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문화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 문화와 언어 가르쳐야



다문화 보육 정책과 관련해서 질문 드릴게요.

외국에서 이민자, 혹은 그 2세들이 사회 갈등이 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결혼 이민자는 2010년쯤에 정점을 찍은 후 그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대신 그 사이에서 낳은 2세들이 늘어나고 있죠. 이 아이들이 생김새나 언어 표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갈등의 핵이 될 수 있어요. 현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만 6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이지만 10대가 되었을 때는 사회적 불만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단 말이죠. 따라서 사회적으로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다문화 영유아 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이들을 한국사회에 동화시키는 것과 엄마 나라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 어느 쪽이 옳은가요?


예전엔 ‘멜팅 팟(melting pot)’이라고 해서 모든 문화를 녹여서 하나로 만드는 정책을 폈는데, 요즘은 ‘샐러드 볼(salad bowl)’ 이론을 많이 이야기해요. 샐러드가 각각의 채소 맛을 유지하면서 어우러지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사는 문화를 추구한다는 말이죠. 다문화 아이들에게도 엄마 나라의 말, 엄마 나라의 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가르칠 필요가 있어요. 2가지 말을 가르치면 언어 습득 속도가 약간 늦을 수 있지만, 양쪽 언어를 다 할 줄 아는 것은 궁극적으로 굉장히 큰 재능이 될 거예요. 특히 한국인 배우자도 아내 나라의 말을 배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아동의 언어습득이 더 빠르므로 아이가 중간 매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더불어 한국 아이들에도 다문화에 대해 올바로 가르치고, 다르다는 것이 차별이 되지 않도록 교육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관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굉장히 중요하죠. 유아교·보육 기관은 아동이 첫 번째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곳이잖아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한국 아이나 다문화 아이나 서로를 올바로 인식해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기관이에요.
특히 부모들에게도 제대로 교육할 필요가 있어요. 사실 아이들끼리는 머리색, 피부색이 다르거나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한 달만 지나면 다 잘 지내거든요. 문제는 일부 학부모예요.엄마가 아이한테 ‘쟤랑 놀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을겁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 보육진흥원과 다문화 보육 관련 업무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원에서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영유아 다문화이해 교육 강사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총 3단계로 이뤄지는데, 1단계로 ‘경기도 어린이집 다문화 보육 실태 조사’를 실시했고, 2단계로 ‘어린이집 다문화 강사 양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합니다. 마지막 3단계는 2단계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에 기초해 ‘영유아 다문화 이해 교육 강사’를 양성한 후, 다문화 아동이 많이 재원하는 30여 개 어린이집에 강사를 파견할 예정입니다. 교육 후에는 모니터링 과정을 거쳐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강사 파견과 연계 사업을 시행합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 원에서 금년부터 운영하는 사회통합포럼의 한 분과로 ‘다문화 분과’ 포럼을 진행하면서 3단계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본 협약을 통해 한국보육진흥원의 관련 팀장이 이 포럼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2단계 사업의 프로그램 개발에도 공동 참여할 계획이에요. 또 진흥원에서 다문화 교사 교육을 할 경우, 경기도의 어린이집 교사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상호 협조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영유아가 재원하는 원의 원장님과 교사들에게 다문화 보육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가 글로벌화되는 것은 시대적 추세입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부터 차이를 인식하되 차이가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놀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을 교육할 필요가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원장님과 교사들의 인식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언론 등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교사들 중에 다문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우리말이 늦고 생활 수준도 낮아서 다르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아이들도 우리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존재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중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나라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에요. 그런 점을 고려해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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